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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하루는 14살때 알게된 사사가와 쿄코를 떠올렸다.
그녀는 같은 여자인 하루가 보아도 어느 한구석 나무랄데가 없이 완벽해보였다.
예쁘장한 얼굴, 온화한 성품, 빈틈없는 구석.. 그렇기에 부러웠다.
충분히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인 쿄코가.. 하지만 질투가 난다거나 그러진 않는다.
오히려 그녀와 친구가 된게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쿄코가 자취를 할 생각인데
같이 살자고 권유했을때 하루는 알겠다고 웃으며 동거하게 되었다. 
 
.
.
.
 
월요일 아침이다. 항상 하루보다 쿄코가 일찍 인난다. 그리고 쿄코는 부엌에서 두사람이 간단히 먹을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루는 일어나서 눈가를 비비며 쿄코에게로 향했다.
 
"흐암.. 쿄코 좋은아침이에요."
"응. 하루."
"오늘 아침은 무엇인가요?"
"오늘 아침은 계란 토스트야."
"헤.. 잼이 남아있던가요?"
"조금이지만 이정도면 둘이 먹을 분량은 충분히 돼."
 
쿄코는 토스트기에 먼저 익혀둔 식빵위에 키위잼을 발랐다. 치즈와 다진 야채를 올리고
후라이팬에 달구어진 계란을 조심스럽게 얹었다. 이제 완성이다. 먹기만 하면 된다.
 
"먹자."
"네!"
 
쿄코가 만든 먹음직스런 토스트를 하루는 감탄어린 눈길로 바라보며 한입 베어물었다.
절묘한 조화를 이룬 잼덕분에 달짝지근한 토스트는 매우 맛있었다.
 
"음~ 너무 맛있어요!"
"그래? 다행이다."
"히히. 쿄코의 요리솜씨에 반하겠는걸요?"

하루가 앳되게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하자 쿄코는 한동안 대답을 하지않고 고갤 수그렸다.
그녀의 반응에 하루는 무안해졌다. 
 
"쿄코..?"
 
하루가 쿄코의 이름을 부르자 쿄코는 그제야 고갤 들어올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응.. 칭찬 고마워." 
 
하루는 쿄코의 기분을 무엇때문에 저조시킨건지 알수없었다. 
그래서 고요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욕실에 들어가 씻는내내 쿄코가 신경쓰였다.
사소한 일이지만, 쿄코의 그런 반응은 처음 보아서 더욱 그런걸수도 있다.
이 후 하루는 대학교로 갈 준비를 마치고 쿄코에게로 다가갔다.
어쩐지 얼굴을 마주하기가 꺼려져서 그런 자신을 꾸짖었다. 
 
"하핫..다녀올게요!"
 
애써 기운넘치게 인사하고선 집에서 나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거묵죽죽하다. 
 
'비라도 올려나? 우산을 챙겨야지..'
 
우산을 집어들고 집에서 나와 모퉁이를 돌아 쭉 내려가서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생각해보니 단 한번도 쿄코랑 싸워본적이 없네요. 
살면서 서로를 존중해줬으니까요.. 그런데 별일 아닌거 가지고 이럴 필요는 없는거 같아요..'
 
*
 
쿄코는 홀로 집에 남겨졌다. 대학을 포기하고 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곤 했다.
자신에게 적성이 맞는일이기도 하고.. 꽃과 함께 있으면 안정이 되곤 하니까.
지금도 그런 안정이 필요하다. 심장이 진정되질 않는다. 하루의 발언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 반하겠는걸요?
 
'..정말 그랬음 좋겠어. 넌 농담삼아 말했겠지만 그 말은 나에게 치명적인 독이야.'
 
누구나 말못할 고민이란게 있다. 주위사람들은 쿄코를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쿄코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겸손하다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정말이다.
그래서 쿄코는 완벽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굳이 고민을 털어놓은적이 없었다.
그 이미지를 부수어보았자 득될게 없는것도 그렇고, 말은 돌고돌아 다른사람에게 넘어가니까.
.. 그리고 쿄코의 고민은 누군가에게 말해보았자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었다.
 
쿄코는 머릴 식힐겸 빨랫감이 얼마나 쌓여있는지 보러가기로 하였다.
빨랫감들이 쌓인 통에 하루가 전날 입던 와이셔츠가 보인다. 쿄코는 얼굴을 붉히며 
하루의 와이셔츠에 손을 뻗어 품에 안았다. 더럽다기보단 아직도 향그러운 하루의 체취가 남아있었다.
 
'하루..'
 
- 좋아해.
 
.
.
.
 
예상대로 오후가 되니 비가내렸다. 하루는 우산을 피고서 거닐다가 집에가기전 케이크를 사들고 가기로 맘먹었다.
근처에 케이크를 잘만드는 전문점이 보인다. 하루는 그곳으로 들어가서 케이크를 몇개 골라 주문하였다.
기다리는내내 감성적인 생각에 젖었다. 역시 비가내리니까 그런가 보다.
예를 들어 첫사랑인 츠나를 오렌만에 떠올렸다거나.. 
현재는 일본이 아닌 이탈리아에 있으니까 만날 기회는 없지만 그동안 보고싶은 맘이 전혀 안든건 아니다. 
 
'언젠가 볼수있겠죠..?'
 
"손님 나왔습니다."
 
하루는 종업원의 말을 듣고 포장된 케이크를 들고서 집으로 향했다.
 
'둘이서 맛있게 먹자구요. 쿄코!'
 
어느덧 집이 보인다. 하루는 들떴다. 아침일은 신경쓰지말고 쿄코랑 평상시처럼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단을 오르고 열쇠를 꺼내어 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아직 쿄코가 올 시간은 아니지만, 꼬박꼬박 인사하는 하루다.
하루는 집에 들어와 케이크를 테이블에 내려두고 간편한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나서 적막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TV를 시청하였다.
마침 주말에 하던 만담 프로그램이 나오길래 보면서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재밌다. 우울한 기분이 싹 가시는 기분이라서 하루는 즐겁게 감상하다가 졸려서 잠시 소파위에서 잠을 청했다.
 
꽃집의 마감시간이 다가오자 쿄코는 점포를 정리하고 집으로 도착했다.
초인종을 눌렀는데, 하루가 문을 열어줄 기미가 없길래 쿄코는 불안해졌다. 그래서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하루의 이름을 다급하게 불렀다.
 
"하루-!"
 
하루는 쿄코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으음..쿄코?"
 
어둡던 집안의 불을 키고 하루가 다가오자 쿄코는 울것 같았던 마음을 겨우 진정시켰다. 
 
"쿄코? 무슨일 있었나요!" 
 
마주친 쿄코의 얼굴표정이 심상치 않길래 하루는 쿄코의 어깰 잡고서 걱정스럽게 물어보았다.
쿄코는 고갤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다행이지만.. 맞다, 쿄코! 제가 케이크 사왔는데 같이 먹어요!"
"후후..알겠어."
 
하루는 쿄코의 손을 붙잡았다. 쿄코는 하루의 웃고있는 옆모습을 쳐다보면서 자신의 심장이 두근대는걸 느꼈다.
 
'난 하루의 상냥한점이 참 좋아.. 그리고 귀엽게 웃는 얼굴도, 예쁘게 말하는 모습도, 나랑.. 함께 있어주는것도 전부다 행복해..'
 
"쿄코가 좋아하는 딸기가 듬뿍 함유된 케이크라구요! 전 모카케이크 먹을게요! 헤헷."
"응, 맛있어보여..고마워. 하루!"
"별말씀을요~"
 
*
 
월요일날 서먹했던게 생각안날정도로 두사람의 평화로운 나날은 유려하게 흘러가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하루가 대학동기생들과 술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을때, 쿄코의 표정은 차갑게 식어갔다.
겁도없이 남자의 품에 안겨서 정신을 못차리는 하루를 재빨리 빼앗아 안고서 남자를 매몰차게 내쫒았다.
하루를 부축해 침실에 눞히고 쿄코는 하루의 옷을 차례대로 벗기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남자에게 당한건 아닌지, 흔적을 찾기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명목일뿐이다.
쿄코는 단숨에 하루의 입술을 덮쳤다. 쓴 술맛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개의치않고서 계속 입안을 탐했다.
숨이 차오를때쯤 그만두고, 쿄코는 하루의 포근한 품을 끌어안으며 놓아주지 않았다.
 
"하루..하루..!"
 
쿄코는 이성을 버린지 오래다. 
자신도 사람이기에 좋아하는 사람에게 집착하고, 안고싶다는 욕망이 들끓는건 어쩔수 없었다.
동성이자 소중한 친구로만 인식해온 하루에게 미움받고 싶지않아서 참았을뿐이다.
그러나 이젠 그런 고정관념에만 묶인 바보 같은짓은 그만둘거다.
 
"하루는 모르지..? 내가 얼마나 하루에게 푹 빠져있는지..온종일 네 생각만 났어..
네가 내가 아닌 다른사람들과 무얼하다가 올지 불안했고, 너를 줄곧 이렇게 내 아래에 깔고서 탐하고 싶었어..
같은 여자라서 혐오스러울지도 몰라..하지만..나 너무 힘들었단 말이야..내가 처음으로 하루에게 투정하는거야.
그러니까 안겨줘 하루.."
 
' 아아.. 얌전한 너를 품안에 안는건 몹시도 좋은 기분이야.'
 
"이젠 널 놓아주지 않을거야.."
 
'사랑해. 너에게 중독된 나를 거부하는날이 언젠가 오겠지만 그런일이 벌어지지않도록 나는 미리 수를 써둘거야..
순순히.. 내것이 되어줘. 하루. 너를 이렇게 짐승처럼 탐하는 사람은 내가 처음일거야. 착한 하루랑 계속 함께였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에 다른사람과 애정행각을 나눴을리가 없잖아? 그렇지? 안그럼 죽여버릴거야. 사랑해.. 사랑해.. 하루-'
 
END

 

written by 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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